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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어리랏다, 배우 이덕화의 대단한 연기

by 하마메리스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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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묻은채 칼 들고 달려오는 이덕화
영화 살어리랏다 (1993년 작)

 

영화 <살어리랏다>는 1993년에 개봉된 한국 영화다. 조선시대 계급 중 가장 하층민이었던 백정의 삶을 주요한 이야기로 삼았다. 그때까지 사극이라 하면 주로 왕위 계승을 위한 궁중 암투를 이야기했지만 이 작품은 거의 최초로 왕과 귀족의 이야기가 아닌 최하층민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작품은 제18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었고 주인공 이덕화 씨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삼육 필름이 제작을 하였고 이덕화, 이미연, 장항선 씨가 주연을 맡았다. 시청 등급은 청소년 미만 관람불가다.

 

 

중심 이야기

때는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시대다. 만석은 한양 시구문(현재 서울 광화문)의 외곽에 위치한 백정 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는 관아에서 죄인의 목을 베어주는 일을 하는 '망나니'이다. 이런 만석의 앞에 양반댁 하인이 찾아와서 상전이 사형될 예정이라 칼등을 쳐서 시신을 온전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날 밤, 만석에게 한 여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바로 그 양반집 딸 숙영이었다. 시신을 온전하게 처리해주는 댓가로 돈을 들고 만석을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양반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고 있던 만석은 권세를 잃은 양반댁 딸 숙영을 겁탈한다. 숙영은 아버지의 시신을 찾으러 다니다가 나졸들에게 잡혀 노비로 팔려간다. 숙영에게 한 일을 후회한 만석은 숙영을 찾으러 다니고 천신만고 끝에 숙영을 구해내어 마침내 양반과 천민이라는 신분을 넘어 부부가 되어 함께 살게 된다. 아들도 낳고 둘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지만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신분은 끝까지 그들을 괴롭히게 된다. 숨어 살고 있던 숙영의 큰아버지가 만석을 찾아오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캐릭터 정보

만석(이덕화) : 이 작품의 주인공. 한양 시구문 외곽에 있는 백정촌에 살고 있으며 사람의 목을 베는 망나니 역할을 하고 있다. 후에 몰락한 양반댁 딸 숙영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흉포하고 무서운 모습 떄문에 숙영마저도 처음에는 그를 두려워하며 피할 정도였다. 그러나 성격은 아내를 보살피고 챙겨주는 따뜻하고 자상한 면도 있다. 둘은 곧 양반과 천민이라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부부가 되어 아이도 낳는다.

 

숙영(이미연) : 역적으로 몰려 집안이 풍비박살난 양반댁 고명딸. 아버지의 시신 처리를 부탁하러 만석을 찾아왔다가 그에게 유린당한다. 그러나 후에 노비로 팔려갔다가 만석에 의해 구해졌으며 이를 계기로 천민인 만석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자신의 큰아버지가 만석의 신분 상승에 부정적인 의사를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만석과 함께 아이와 도망치는 계획을 세운다.

 

용팔(장항선) : 만석과 함께 망나니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그와 함께 백정촌에서 살고 있으며 만석과 함께 숙영의 큰아버지가 시킨 일을 처리하다가 살해당한다. 

 

 

평가

그때까지의 사극물들은 주로 왕이나 왕족, 양반들이나 위인들 이야기가 많았던 반면, 평민이나 천민에 대해서는 고증이 매우 드물어서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했다. 특히 사람의 목을 베는 망나니가 주인공인 영화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하층민을 다룬 사극물로는 2010년에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추노>가 있다. 이 작품 이후(1993년)로도 영화든 드라마든 사극물을 계속 나왔지만 <추노>가 방송될 때까지 평민이나 천민을 다룬 사극물은 임꺽정 말고는 제작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 영화가 당시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또한 망나니와 양반댁 처녀가 서로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라니, 실제 신분제가 엄격했던 조선 시대를 생각해보면 충격적인 소재였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결국 이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양반들에 의해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그들 사이에 살아남은 아기가 천민과 양반 간의 조화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잔혹하고 거칠고 비극으로 끝나는 슬픈 사랑 이야기와 영상미로 18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걸작 중에 하나다. 게다가 주인공 만석 역을 200% 소화해 낸 배우 이덕화 씨의 마지막 영화 주연작이다. 이후 특별 출연이나 찬조 출연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있어도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는 이 작품이 마지막이다. 그의 연기력이 그야말로 폭발한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1993년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그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같은 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안성기 씨가 영화 <하얀전쟁>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그 당시 영향력으로만 따지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는 모스크바 영화제에 비교할 바가 못되었다. 한참 후에 그가 밝힌 수상 이후의 이야기에서 그는 수상 당시까지는 눈물 없이 담담했지만, 귀국하게 되자 그때부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우리나라 남자 배우가 해외에서 연기력으로 상을 받은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다음은 안성기(1993년) - 손현주(모스크바, 2017) - 오영수(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2022) - 이정재(미국 배우조합 남우주연상, 2022)가 있다. 

 

가끔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이 작품을 '고전 걸작'이라고 표현하던데 나는 그런 표현은 잘못됐다고 본다. 1990년대 초에 개봉했고 아직 30년을 넘기지 않았는데 벌써 고전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각본, 연출, 연기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걸작 중의 걸작이나 그런 것 치고는 덜 알려진 영화다. 지금 MZ세대들은 이덕화 씨를 낚시를 좋아하는 영조(옷소매 붉은 끝동에서의 역할)쯤으로만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배우 이덕화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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