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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하녀>, 한국 최초의 스릴러 영화

by 하마메리스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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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심 엄앵란 김진규 영화 하녀
하녀 (1960년)

 

1960년 개봉한 한국 최초의 스릴러 영화다. 한국의 알프레드 히치콕이라 불리는 김기영 감독의 걸작이다. 

 

개요

매력적인 음악 선생인 '동식'을 두고 벌어지는 세 여자들의 복잡한 애정 관계, 은근하면서도 노골적인 섹슈얼리티,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렇게 얽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개봉한 지 무려 60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놀라운 수준의 연출력과 미장센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평단과 관객들 모두를 사로잡은 걸작이다. 

 

 

캐릭터

김동식(김진규) : 방직공장 여공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 하녀 명숙의 유혹에 넘어간다.

명숙(이은심) : 동식 가족의 하녀. 아내의 권유로 동식의 아이를 낙태한 후,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인다.

동식의 아내(주증녀) : 하녀 명숙으로부터 가정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조경희(엄앵란) : 동식에게 명숙을 하녀로 소개해주는 인물. 

 

 

이야기

 주인공 '동식'은 성실한 아내, 다리가 불편한 딸 그리고 장난꾸러기 아들(안성기)과 함께 살면서 방직공장에서 여공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식은 그를 좋아하던 여공 선영에게 러브레터를 받고 이를 기숙사 사감에게 알린다. 그로 인해 선영은 정직 처분을 받게 되고 그녀는 수치심에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한편 이 사건 이후 선영의 기숙사 친구였던 조경희는 동식에게 피아노 개인 레슨을 부탁하고 동식은 마침내 집을 짓느라 생활비가 부족한 터라 그녀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다. 시간이 지나 집이 완공되고 동식의 가족은 2층 양옥집으로 이사한다. 이사와 동시에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동식은 경희로부터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을 해줄 하녀 한 명을 소개받는다. 그녀가 바로 명숙이다. 아무튼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동식은 고향으로 돌아간 선영이 자살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그는 아내를 친정으로 보내고 선영의 장례식에 갔다 온다. 그날 밤, 경희로부터 고백을 받지만 그는 그녀의 마음을 완강히 거절한다. 한편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하녀는 경희가 집을 떠나자 동식에게 접근해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로부터 3개월 후, 하녀 명숙은 임신을 하게 되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동식의 아내는 명숙을 설득해 계단에서 굴러 낙태를 하게 한다. 아이를 잃은 하녀 명숙은 점점 더 포악해지고, 결국 동식 부부의 아들을 계단에서 떨어져 죽게 한다. 명숙은 이 모든 사실을 공장에 알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동식이 밤마다 자신과 동침할 것을 요구한다. 동식의 아내는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식을 명숙의 침실로 보낸다. 명숙은 동식을 '여보'라고 부르며 아내처럼 행세한다. 어느 날 경희가 피아노 레슨을 다시 받고 싶다며 동식을 찾아오지만 질투심에 눈이 먼 명숙에게 칼로 찔리고 만다. 집 밖으로 도망친 경희가 만약 경찰에 신고한다면, 명숙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자백할 것이고 그러면 분명히 동식은 공장에서 해고당하고 자신과 아내는 법의 처분을 받게 될 거라며 협박한다. 그런 명숙의 협박과 계속되는 행패를 더는 견딜 수 없었던 동식은 남은 가족들을 위해 그녀와 함께 쥐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는 계단에서 죽어가는 하녀 명숙을 뿌리치고 아내의 곁으로 돌아와 숨을 거둔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 다시 영화는 첫 장면인 신문 기사를 읽는 동식과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멀쩡한 부인을 놔두고 하녀와 바람이 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며 투덜대는 아내와 현실에서는 조용히 시킨 일만 묵묵히 하는 하녀,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이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동식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평가

 줄거리가 꽤 복잡하다. 특히 엔딩에 있어서는 내용들이 다소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서 마치 액자식 구성처럼 두 가지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엔딩 부분의 급작스러운 스토리 전환과 액자식 구성의 마무리는 본래 감독의  뜻이 아니라 영화 배급 업자들의 항의로 인한 타협안이었다고 한다. 당시 영화의 판권을 판매할 때 지방의 극장에는 따로 팔아야 했다. 지방의 극장주들을 모아놓고 상영을 했는데 하녀와 주인공이 죽는 엔딩이 너무 끔찍해서 흥행이 안될 것 같다라며 극장주들의 항의가 격렬했다고 한다. 그대로 영화를 판다면 원래 값의 절반밖에 쳐줄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그들을 달래기 위해 주인공 동식이 스크린 밖의 관객에게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엔딩을 급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기영 감독은 늘 이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어쨌든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영화 내내 등장하는 여자들은 주인공 동식을 두고 사랑싸움을 한다. 얼핏 보면 싸구려 플롯이 생각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보게 되면 절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 작품은 당시 산업화와 시골 출신의 여성 노동자들이 도시의 중산층 가정에서 하녀로 일하는 당시의 세태를 반영했고(리얼리즘), 그러한 여성 노동자들의 가정 내 '침투'에 대한 중산층의 경계심(정신분석학적 측면)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6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연출은 감각적이고 섬세하며 세트나 의상 디자인도 60년 전 영화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세련미가 넘친다. 음악 또한 적재적소에 사용되어 보는 내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평단의 평가와 관객들의 평가 또한 굉장히 좋다. 2015년 9월 네이버 기준 전문가 평점이 8.8/10이었고 관객 평점도 그와 똑같이 8.8점이었다. 이 작품은 봉준호, 박찬욱, 임상수, 류승완 등의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1960년 당시 국산 1위 흥행 영화로 기록되어 있다. 21세기에 들어 재개봉했을 때도 8938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국제적인 성공을 기록하자, 해외에서도 1960년 <하녀>의 인지도가 오르는 추세다. 2019년 이후 해외 평에서도 기생충 때문에 보게 되었다고 할 정도이다. 2020년에는 일본에서 블루레이로 발매되었다.  

 

 

복원

영화 <하녀>가 지금의 온전한 모습을 찾게 된 데는 우여곡절이 많다. 이 작품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영화가 예술이라기보다 오락의 일부로 취급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필름의 보존과 관리도 부실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많은 고전 영화 필름들이 소실되었고 <하녀> 또한 그 과정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던 중, 1982년에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하녀>의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발견했고 1990년에 남은 마지막 필름 모두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해외 영화제 출품용으로 만든 것이고 네거티브 필름이 아닌데다가 오역된 부분도 많았고 필름 상태가 좋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하녀가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였던 영화 프로듀서 김경현 씨는 우연한 기회에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에게 이 작품을 보여주게 되었고 그는 불완전한 하녀의 필름을 보고도 단번에 범상하지 않은 영화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영화 복원 지원단체인 WCF재단의 첫 복원 작품 중 하나로 영화 <하녀>를 선정했다. WCF는 이 영화의 복원 비용 1억 7600만원 중 1억 2천만 원을 지원했으며 2008년 복원을 목표로 국내에서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다. 국내에서의 복원 작업은 꽤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고생 끝에 복원이 끝난 필름은 2008년 칸 영화제 클래식 부문에서 상영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2010년 임상수 감독의 <하녀> 개봉 시기에 맞춰 국내에서도 완전 복원판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했다. 이후 발매된 DVD에는 영화 평론가 김영진 씨와 영화감독 봉준호 씨의 음성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2013년에는 고전 영화를 복원하는 것으로 유명한 크라이테리온에서 블루레이로 발매되었다. WCF재단 복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다른 영화들과 함께 박스 세트로 발매되었다. 2020년 투키 부키를 시작으로 해당 박스세트 영화들이 단품 발매되고 있는 중이라, 이 영화도 단품으로 발매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말에는 국내에서도 블루레이로 발매되었다. 한국 영상 자료원의 첫 블루레이 출시작이기도 하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와 영화감독 박찬욱 감독의 음성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최종 평가

60년이 지났는데도 명작은 명작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화들뿐이다. 2013년 한국 영상 자료원이 선정한 한국 영화 100선 중 영광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두 작품은 오발탄과 바보들의 행진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나는 김기영 감독을 한국의 알프레드 히치콕이라고 불리는 것에 반대한다. 그는 그냥 그이다. 그 누구도 아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천재라면 김기영 또한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난 또 다른 천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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