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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고인이 된 강수연을 추모하며

by 하마메리스 2022.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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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삭발한 강수연
불교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 19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임권택 감독이 만든 두 번째 불교 영화이다.

 

 

지금은 보기 힘든 불교 영화

첫 번째 불교 영화는 안성기, 전무송 배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만다라>였다. <만다라>는 임권택 감독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개봉한 것은 1981년도이지만 2008년에 미국의 세계적인 방송사 CNN이 선정한 역대 아시아 최고 영화 18편 중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함께 나란히 선정되었다. 첫 불교 영화의 엄청난 찬사에 고무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8년 후인 1989년에 김성동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공개했다. 그 당시 주인공 강수연 씨는 스물네 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을 스님처럼 진짜로 모두 깎아버리는 투혼을 발휘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미 같은 감독의 전작 <씨받이>라는 영화에서 호흡을 맞춰본 사이라서 촬영은 순조로운 편이었다고 한다. 어렵고 불편할 수 있는 종교 영화로 두번씩이나 평단과 대중성에서 모두 호평을 받은 임권택 감독한테 불교계는 공로상이라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은 이런 종교 영화가 전혀 제작되지 않는 현실에서 더욱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불교 영화가 탄생하기는 굉장히 어렵게 되었다. 

 

 

등장인물 정보

  • 순녀 (강수연) : 아버지는 부성의 아픔만 남기고 출가해버렸다. 돈과 성에만 관심 있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어머니의 내연남한테 겁탈당하고 학교 선생 현종과 스캔들이 나면서 속세의 아픔을 느낀다. 아버지처럼 스님이 되기 위해 덕암사를 찾아온다.
  • 진성스님 (진영미) : 순녀가 절에 들어온 후부터 그녀와는 대척점에 선다. 
  • 현종 (유인촌) : 고등학교 교사. 사람들의 오해로 순녀와 스캔들이 생긴다.
  • 스님 (전무송) : 영화 속에서는 그가 출가한 순녀의 친부라는 암시만 준다.
  • 박현우 (한지일) : 자살하려 했으나 순녀가 그를 구해주자 그녀만을 쫓아다닌다.
  • 은선스님 (윤인자) : 덕암사 주지이자 순녀의 스승. 
  • 대학생 (김세준) : 불교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대학생.
  • 송 기사 (안병경) : 순녀와 동거하는 두 번째 남자. 사고로 죽는다. 

 

이야기

순녀는 절에서 수행의 길을 걷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벌인 살육의 죄의식으로 승려가 되어 집을 떠났다. 돈과 남자에만 눈이 먼 어머니와 어머니의 내연남에게 어린 시절, 겁탈까지 당했다. 또한 고등학생 때는 광주 민주화운동 때 아내를 잃은 교사와의 스캔들이 퍼져 곤란을 겪는다. 순녀는 아버지처럼 속세를 버리고 여승이 되기 위해 덕암사에 온다. 수행하던 중 자살하러 온 남자 박현우를 구해준 일을 계기로 파계를 하고 그를 따라 다시 속세로 나간다. 그러나 같이 살던 박현우가 죽자 만행 중인 선배 진성스님을 만난다. 그녀와도 헤어지고 노화도의 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여 송 기사를 구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사고로 죽고 만다. 그 와중에 덕암사에서 소식이 온다. 주지이자 자신의 스승이었던 은선 스님이 병으로 위중하다는 내용이었다. 순녀는 자신의 업보를 깨달으며 다시 덕암사로 돌아온다.

 

 

고인이 된 강수연을 추모한다

순녀는 중생 속에서 중생과 더불어 불교의 도를 깨달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녀와 대립하는 진성스님은 개인적인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다라>와 함께 임권택 감독의 불교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담긴 뛰어난 작품이다. 감독으로서는 드물게 동시대의 사건을 끌어들이며 당대 한국인의 정신적인 공허함을 묘사한다. 순녀의 과거를 플래시백을 통해 보여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중생을 구제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순녀와 끝없는 절제와 수행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진성스님의 이야기를 동시에 그려나간다. 하지만 업보로 가득 찬 남자들은 물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진성까지 품고자 하는 순녀를 통해 세속에서 중생과 부대끼며 그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다라>에서 시작해 미완성된 불교영화 <비구니>의 세계를 관통하는 불교에 대한 감독의 주제의식을 완성시켜준 작품이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전작 <씨받이>로 한국인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강수연 씨는 이 영화로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2022년 5월 7일 향년 55세의 일기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여담

위에서 언급했듯이, 강수연 씨는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가 가지는 위상이 상당히 큰 편이었고 1989년 당시만 해도 한국의 배우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일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에 이은 이 수상은 고인에게 월드 스타라는 칭호를 굳히게 만들었다.

 

강수연 씨가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이 처음이었고 그 다음이 이혜숙 씨가 1991년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몬트리올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남자 배우로서는 1993년 영화 <살어리랏다>로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덕화 씨가 있다. 

 

영화의 제목인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의미는 '가자 가자 넘어가자'라는 뜻의 산스크리트 어를 한자음으로 번역한 것으로 반야심경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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