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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궁녀는 정조를 사랑했을까

by 하마메리스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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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사랑 이야기, 옷소매 붉은 끝동

 

 

2021년 11월 12일부터 2011년 1월 1일까지 전파를 탄 MBC 금토 사극 드라마이다. 참 오랜만에 지상파 방송국 드라마가 장안에 화제를 모았다. 실존 인물이었던 정조의 후궁, 의빈 성씨와 정조 대왕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정조와 의빈 성씨의 사랑이야기는 2007년 드라마 <이산>에서 다룬 바가 있지만 이후 발굴된 역사적 사실들을 추가하여 그럴듯한 픽션으로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다. 

 

 

기획의도

도깨비보다 무섭다는 왕이 있었다. 왕은 사내이기 이전에 임금이다. 사랑하는 여인보다 일국의 운명이 우선이고 만백성의 안위가 첫번째다. 사랑은 저 먼 끝순위로 밀려나 버린다.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이어야 할 첫사랑조차 차가운 이성으로 억누르며 정치적으로 계산한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궁녀도 있었다. 옷소매 끝을 붉게 물들여 입은 그녀들, 바로 궁녀들이다. 옷소매의 붉은 끝동은 왕의 여인이라는 징표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어떤 존재였을까. 그저 순종적으로 왕과 왕족들을 모시는 허수아비 인형들이었을까. 조선시대, 궁궐 내 기본적인 생활 전반을 관장하는 어엿한 여관(여성 관리인)으로서, 궁녀들에게도 그들만의 당찬 꿈과 소박한 행복이 있었으리라 가정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조와 의빈의 이야기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인 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다. 열한 살 때 뒤주에 갇혀 돌아가신 아버지를 바라봐야만 했던 어린 정조는 친할머니인 영빈의 조문을 가기 위해 몰래 처소를 빠져나간다. 조문을 가는 도중 제조상궁 조씨의 심부름으로 영빈의 조문을 가던 어린 생각시 덕임(왕의 승은을 입기 전 의빈 성씨의 이름)을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영빈의 조문을 금했던 할아버지 영조의 등장으로 급하게 그곳을 떠난 어린 정조는 그렇게 덕임과 헤어지게 되고 그녀를 가슴에 묻은 채 세월을 보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궁녀들의 전기수 노릇을 하던 덕임은 궐 안을 뛰어가다가 우연히 연못가에 서 있던 세손 저하을 마주치고 같이 물에 빠지고 만다. 반성문을 써오라하는 세손 저하에게 벌이 가벼워서 감사하다고 덕임은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세작(스파이)을 찾고 있던 세손 저하는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서고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덕임을 만났으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덕임은 그가 평범한 문관 나리로만 생각한다. 반성문을 내러 세손 저하를 만나러 가지만 반성문은 통과되지 못하고 오직 세손만이 덕임을 알아본다. 

 

 

개인적인 총평

작가 강미강 씨의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원작으로 정해리 씨가 극본을 썼다. 소설 원작을 읽었던 사람으로서 드라마을 평가하자면 근래 들어 가장 잘 만든 사극 드라마라고 칭찬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에 앞서 옥의 티가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겠다.  사실 소설은 정조의 어제의빈묘지명이 완역되기 전에 출판된 작품이다. 그래서 정조가 직접 써서 기록한 묘표에 담긴 그의 절절한 마음으로 유추할 수 있는 진심까지 소설은 담아내지 못했다. 어제의빈묘지명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정조의 모습은 결코 소설 속의 냉정하고 무뚝뚝한 정조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의빈 성씨에 대한 정조의 기록이 완역되자 원작가 강미강 씨는 소설 속에 온전히 담을 수 없었던 정조의 모습을 많이 안타까워하며 정해리 작가에게 큰 틀은 원작대로 가되 원작 속의 정조보다 어제의빈묘지명에 담긴 정조의 모습을 많이 넣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일화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것때문에 옥에 티가 생겼다. 정조의 성격은 드라마에서 바뀌었는데 의빈 성씨의 성격은 소설 그대로 가져간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의빈 성씨가 하는 말과 행동이 서로 어긋나있어서 보기 좀 불편했다. 

 

그런 감정이 처음 느껴졌던 장면은 7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다. 덕임이 동궁의 서고에 혼자 있는 정조를 만나고 나누는 대화였다. 두 남녀 배우간의 텐션도 아주 강렬한 명장면 중 하나이다. 정조는 파란 토시를 한 덕임을 보며 자신의 사람이냐고 묻는다. 덕임은 궁녀에게도 스스로의 생각과 마음이 있다며 자신의 모든 것이 정조의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정조는 그녀의 마음을 갖지 못한 것에 화를 내는 장면이다. 난 이때 덕임이가 무슨 잔다르크인가 싶었다. 저 시대는 정말 모든 궁녀는 왕의 여자였고 승은을 거절하면 참형을 당할 일이었다. 실제 역사에서는 덕임이가 세손빈(훗날 효의왕후)이 아직 회임 전이니 아니된다며 정조의 승은 명령을 간곡히 거절했다고 한다. 소설 원작은 어제의빈묘지명이 번역되기 전이라 작가의 상상력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드라마는 다르다. 드라마가 방송된 시기는 이미 어제의빈묘지명이 번역되어 정조와 덕임의 러브스토리가 세상에 공개된 후이다. 게다가 원작에서의 정조를 버리고 역사적 사실대로 표현하기로 했다면 덕임 역시 원작 그대로 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대로 갔어야 맞다. 역사대로 세손빈의 회임이 미루어지니 그럴 수 없다며 간곡히 거절했어야 맞다는 말이다. 11화에서는 덕임은 서상궁에게 자신의 진심을 울먹이며 말하는 장면이 있다. "저하가 소중해요 하지만 전 제 자신이 제일 소중해요..." 난 이 대사를 들으면서 덕임이는 왜 말과 행동이 다를까 싶었다.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하면서 9화에서는 능행을 나온 정조가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연을 날리고, 무릎에서 피가 날 정도로 넘어지고 구르면서 정조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이건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행동이 절대 아니다. 저하도 물론 소중하지만 내 자신이 더 소중하다. 저하가 소중한 사람이라면 신호연에서 끝났어야지 그렇게 죽을 것처럼 구하러 달려오는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덕임에 대한 표현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것이 훨씬 더 많은 작품이다. 최대한 고증대로 표현한 아름다운 한복의 향연과 인물들의 심리 묘사 그리고 섬세하기까지 했던 아름다운 화면과 조명들이 뛰어났다.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다운 사극은 처음인것 같다. 

 

 

 

해외 반응

비록 넷플릭스로는 이 작품을 볼 수 없지만 '라쿠텐 비키', '코코와', 'VIU' 등에서는 감상할 수 있다. 

  • 이 한국드라마는 2021년 최고의 드라마일 뿐만 아니라 내가 우리 부모님의 감정들을 발견하게 도와준 드라마이기도 하다. 
  • 2021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다. 2022년에도 이 드라마 같은 작품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 덕임이가 과거의 그녀에게 손짓할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 지금 다른 드라마를 볼 기분이 아니라서 아마 당분간은 그 어떤 드라마도 못 볼 것 같다.
  •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나서 이 드라마의 리뷰를 써야겠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나에겐 2021년 최고의 드라마였다. 내가 본 사극 작품들 중 아마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드라마의 모든 부분을 즐겼고 캐스팅이 굉장했다. 

 

 

덧붙이는 말

어제의빈묘지명에 나온 의빈 성씨(덕임)의 사주로 운명을 풀이한 역학 블로거의 말을 빌리자면,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의문에 사랑하지 않았다라고 단언하였다. 사주로 보면 의빈 성씨에게 정조는 답답하고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다만 자식은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사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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